요즘 틱톡과 유튜브 쇼츠에서 다양한 챌린지들이 유행하고 있는데요,
이런 트렌드를 보고 있으니 예전에 러시아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던 '흰수염고래 게임'이 떠오릅니다. 이 챌린지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서, 당시 러시아 사회를 술렁이게 만들었죠.
'흰수염고래 챌린지', 또는 '흰긴수염고래 게임', '대왕고래 챌린지'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게임은 러시아의 소셜 네트워크인 브콘탁테(VK)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일명 '죽음의 챌린지'라 불리던 '흰수염고래 게임', 오늘은 그 당시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겠습니다.

대다수의 러시아인들이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크인 브콘탁테(VK)는 페이스북과 비슷하지만, 저작권이나 혐오 발언에 대한 제재가 거의 없어 온갖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올라오는 곳입니다. 이로 인해 2022년 애플은 VK 앱을 앱스토어에서 일시적으로 퇴출시키기도 했습니다.
'흰수염고래 챌린지'는 바로 이 VK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그 배경에는 'F57'이라는 그룹이 있었습니다. F57은 '죽음의 집단'이라 불릴 정도로 자극적이고 기괴한 콘텐츠를 업로드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그룹은 특히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을 겨냥해, 그들을 '흰수염고래 챌린지'에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악명 높은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게임의 방법은 간단합니다.
참가자는 관리자가 주는 미션을 하루에 하나씩, 총 50일 동안 50개의 미션을 수행해야 합니다.
각 미션을 완료한 후 인증샷을 업로드하면 미션을 달성한 것으로 인정됩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이 선택은 결코 돌이킬 수 없습니다.'라는 경고 문구와 함께 참가자의 신상 정보를 입력하는 창이 나타납니다. 이후 정보를 입력하고 게임에 참여하면 미션이 주어지는데요, 초반에는 지정 곡 듣기, 새벽 4시에 공포영화 보기 등 비교적 쉽고 간단한 미션이 주어집니다. 그러나 단계가 올라갈수록 미션의 수위는 점점 더 높아지며, '면도칼로 팔에 대왕고래 새기기', '사람 때리기', '면도칼로 가족을 찌르기'와 같은 범죄 수준의 미션이 등장하게 됩니다.

보통이라면 이러한 말도 안 되는 미션을 바로 거절했겠지만,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참여자들은 그 상황이 달랐습니다. 정신 상태가 불안정한 이들은 게임을 시작할 때 입력한 신상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협박을 받거나,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다른 참가자들을 들먹이며 경쟁심을 자극당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게임의 관리자들은 참가자들이 반강제로 미션을 수행하도록 압박을 가했습니다.
그렇게 맞이한 50번째 미션, 그동안 높은 수위의 미션들을 반강제로 수행하며 정신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참여자들 앞에 마지막 미션이 주어집니다. 바로 자살하기. 러시아 당국은 이 마지막 미션을 수행한 참가자가 최소 17명 이상이라고 보고했습니다.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흰수염게임 게임의 제작자 필립 부데이킨(Philipp Budeikin)은 대학에서 퇴학을 당하기 전까지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공부한 지식으로 취약한 사람들을 교묘히 조종할 수 있었죠. 흰수염고래 챌린지를 고안하는 데도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을 쏟아부었다고 합니다. 시간낭비 갑.
그는 체포 후 '사회에 쓸모없는 사람들을 자살시킴으로써 사회를 청소하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그 어떤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발언은 러시아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게다가,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게임의 제작자가 법원에서 겨우 징역 3년을 구형받았다는 사실은 사회에 또 다른 충격을 주었죠.

현재 원조 흰수염고래 챌린지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이를 모방한 챌린지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9년 터키의 한 10대 소녀가 자신의 SNS 계정에 대왕고래 사진을 올린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하여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낸 일이 있습니다. 또한, 2021년 중국 장쑤성에서 초등학생 3명이 학교에서 투신을 했는데, 그 원인이 대왕고래 게임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흰수염고래 챌린지는 러시아를 넘어 유럽, 남미, 아시아까지 퍼져 약 20개국에서 피해가 발생할 만큼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심지어 한국에서도 게임 참여 인증샷이 올라와 국내에서도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세상이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면서, 자극적이고 말도 안되는 챌린지들이 계속해서서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청소년이나 정신적으로 취약한 청년들을 유인해 죽음에 이르게 만든 사람이 겨우 3년형을 받았다는 사실도 놀랍고, 그 후 이를 모방한 사람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추가 희생자를 발생시켰다는 것 또한 매우 화가 납니다.
최근 죽음의 챌린지가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과 인도는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형 SNS 플랫폼들도 관련 해시태그를 차단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신 분들께서도 만약 이런 죽음의 챌린지를 발견하신다면, 지체 없이 신고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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